Sign Up Login

  

중앙일보기사


**당분간 온라인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

[참고] 중앙일보 기사

낮의 더위에 지친 몸은 뜨거운 온천에서 푼다. 화씨 129도로 하루 30만 갤런이나 쏟아내는 유황온천은 늦여름의 휴식처로 그만이다.

계곡을 타고 내려 온 물줄기가 소(沼)를 이루고 내리쬐는 햇빛에 매미소리. LA에서 네시간이면 한국의 어느 계곡과도 같은 곳을 만난다.

누구나 더운 날이면 시원한 계곡 물놀이와 우물에 동동 띄워 둔 수박이 생각기 마련. 하지만 태생적으로 사막인 남가주에 어디 졸졸 흐르는 개울이라도 있던가.

4시간만 북쪽으로 달려도 사정이 달라진다. 요세미티, 세코이아, 시에라 네바다의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과 원시림은 금새 더위를 잊게 한다.

낮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와 래프팅을 즐기다가 해가 진 밤에는 뜨거운 온천에서 심신을 녹인다. 이사벨라 레이크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지난 달 하순 기자가 이사벨라 레이크를 다녀왔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한번쯤 그곳으로 떠나보자.

Cool Day … 계곡 물놀이·래프팅

기운차게 흐르던 물소리도 아이들 환호소리에 잦아들고 중천의 폭염도 계곡을 비껴간다. 그늘 속 모래톱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학창시절 즐겨 찾던 지리산 계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닮아 있다. 바위 틈을 흘러내린 계류가 만든 넓고 깊은 소(沼) 물소리에 섞여 들렸다 안들렸다하는 매미소리 뜨겁게 달궈진 넓은 반석까지.

그 누가 이곳을 캘리포니아의 계곡이라고 할까 싶다.

이곳은 이사벨라 레이크로 이어지는 물줄기인 컨 리버(Kern River)의 상류 계곡. 하루 전날 저녁 도착해서 밤을 보내고 일찌감치 이 계곡으로 찾아 들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이사벨라 호숫가를 내려다 보며 달리는 컨 리버 하이웨이를 따라 상류로 달렸다.


올해 유난히 많았던 강수량으로 컨 강의 수위도 높아 늦게까지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레같은 물소리로 새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컨 강에는 아침 일찍 서둘렀을 나들이객들로 분주하다. 보기만 해도 스릴과 시원함이 넘치는 래프팅족과 허리춤까지 강물에 담근 채 플라이를 날리는 낚시꾼들. 여름이면 볼 수 있는 컨 강의 보석같은 장면들이다.

래프팅은 예약을 하지 않아서 낚시는 물살이 거세서 그림의 떡이다. 우리는 아직 10대 초반의 아이들을 대동한지라 물살 약한 곳에서의 물놀이가 제격.

그래서 기약도 없는 길을 달린다. 컨 빌(Kern Ville) 읍내를 지나서

30분을 달리니 갑자기 철교와 콘크리트 다리가 나란히 나타난다. 다리를 지나니 본류는 오른쪽으로 사라지고 도로는 지류를 따라 이어진다. 길가 사인판은 이제부터 세코이아 내셔널 포레스트로 들어섰음을 알린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갑자기 길이가 40m는 족히 될 것 같은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모처럼 폭포다운 폭포를 만났다. 언뜻 폭포 물줄기 속에 들어 앉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폭포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길도 좁아지고 계곡도 나무 줄기에 가려 제대로 놀 곳이 없을 듯 해서 길가에 차를 세우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길가에 세워진'폭포가 가까우니 조심하라'는 팻말을 지나 내려가니 아이들 놀기에 근사한 소(沼)가 나온다.

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를 바라보니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차가울 것이라 생각했던 물은 땡볕에 데워져 적당히 시원하다. 물색은 나뭇잎이 삭아서 갈색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계류가 내려 박히는 곳은 어른 키를 넘지만 나머지는 허리 높이여서 계곡 나들이에 이보다 더 좋은 데가 없을 듯 하다.

잠시 후 물 속을 들여다 보던 제니퍼 아빠가 뭔가를 잡아 올린다. 1급수에만 사는 몸통 길이만 15cm는 될 것 같은 가재다. 몸이 축 늘어진 놈이 이상해서 살펴보니, 갓 부화된 가재유생들이 어미 몸에 잔뜩 붙어 있다. 한 번에 200~300개의 유생이 부화하지만 성체로 자라는 수는 10마리 내외라고 하니,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세계다.

물풀 사이에 가재를 놓아준 뒤 컵라면을 끓인다.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컵라면이라니, 여기가 지리산인지 세코이아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다. 다시 한참을 놀다 보니 오후 3시, 라이센스랑 준비한 채비가 아까워 낚시를 해보자고 길을 나선다.

여전히 강에는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강가로 내려가 사진을 찍으니,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소리치지만 급류는 금새 이들을 싣고 내려가 버린다. 타운에 이르러 아이스크림과 낚시미끼를 사곤 마땅한 낚시터를 찾아 호수로 내려가 보지만 그늘 하나 없는 호숫가는 찜통이 따로 없다. 게다가 바람 한점 없으니 말해 무엇하랴.

Hot Day … 노천 온천

숙소로 정한 '이사벨라 온천'으로 돌아오니, 작렬하던 여름 해는 어느덧 서산으로 늬엿늬엿 지고 있다. 온천욕을 끝내고 나오던 이들이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지난해 등산 가이드북‘하이킹 캘리포니아’의 증보판을 낸 김인호씨와 조래복씨 등 다섯 분이 세코이아 국유림 하이킹을 마치고 쉬어가려고 들렀다고 한다.

마침내 해가 지고, 들판에 평화가 찾아든다.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온천에 몸을 담그니 전신이 나른해진다.

43에이커나 되는 드넓은 평원에 자리잡은 이사벨라 온천은 LA한인 우희준씨가 개발한 노천온천이다. 오래전 호텔이 있던 이곳은 서부 영화 전성기에는 존 웨인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배우들이 묵기도 했던 곳이란다.

이후 개발로 서부영화의 산실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고 호텔도 산불의 피해로 없어지고 만다. 그러나, 그 당시부터 솟아 나온 온천은 지역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해오다 13년 전 우희준씨가 전체 부지를 매입해 오늘의 온천으로 탄생했다. 온천과 이어진 30에이커의 부지에는 현재 포도가 한창 영글어가고 있다.

한때 와이너리를 꿈꾸기도 해 다양한 포도 품종을 심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지금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생 포도밭이 됐다. 물 한방울 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맺은 포도가 주렁주렁하다. 가을 수확철이 되면 온천을 이용하는 누구나 거저 따 먹을 수 있다고 하니, 가을에 들러도 좋겠다.

지난 해 가을부터 시작한 공사로 근사한 노천탕을 얼마 전 완공했다. 화씨 129도(섭씨 54도)의 유황 온천수가 하루에만 30만 갤런이나 솟아 오른다니 천혜의 온천이다. 화장실, 수도 시설 등이 보완되면 아주 훌륭한 온천장으로 거듭나겠다. 우씨의 계획은 장차 이곳에 RV파크 조성과 함께 종합 휴양단지를 꾸미는 것. 낮에는 세코이아 국유림과 컨 리버, 이사벨라 레이크에서 레저를 즐기고, 밤에는 온천탕에서 휴식하고. 이쯤되면 휴가의 모든 요소가 갖춰지는 셈이다.

더운 온천탕과 찬 자쿠지를 왔가갔다하다 평상에 드러누우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어릴 적 시골집 대나무 평상이 그리워진다.

■가볼 곳·해볼 것

◇컨밸리 박물관(Kern Valley Museum)

컨빌(Kern Ville) 타운에 위치해 있어 지나다 언제라도 들러 볼 수 있는 곳이다. 소장품들이 웬만한 박물관에 버금갈 정도다.

이 계곡에 살았던 원주민에서부터 골드 러시, 서부 영화시대까지 컨 리버 밸리 일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앉아 있다. 옛날 역마차부터 가정용품, 카우보이들의 안장, 권총 등 한나절이 모자랄 지경이다.

‘안 들렀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했더니, 딸이 딴지를 건다. ‘안 들렀으면 몰랐을 테니 후회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개관시간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료는 무료다.

▷주소:49 Big Blue Road, Kernville

◇래프팅(Rafting)

이사벨라 레이크를 중심으로 상류와 하류를 ‘어퍼 컨’, ‘로워 컨’으로 나누는데, 래프팅으로는 캘리포니아 최고의 적지다. 대개 4월부터 9월까지 컨빌 일대의 6개 업체가 래프팅을 실시한다. 프로그램은 반나절부터 3일까지 다양하다. 비용은 반나절 115달러부터. 시간이나 비용이 부담된다면 맛보기 프로그램인 ‘더블 리케티’를 선택할 수도 있다. 50달러. 래프팅 업체는 홈페이지(www.lakeisabella.net)에서 찾을 수 있다.

글.사진 백종춘 기자 jcwhite100@koreadaily.com